양자역학을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 생각한다 -리처드 파인만-
양자역학에 기여한 아인슈타인
단순한 과학적 추측과 과학 사이의 경계는 모호하다. 아인슈타인은 순전히 사고 실험만으로 직관에 반하는 예측을 이끌어냈는데 이 혁명적인 이론은 이후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다. 아인슈타인은 동료들과 함께 양자이론의 부당성을 증명하기 위한 사고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사고 실험은 실현이 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수행된 실험 결과는 오히려 아인슈타인의 주장을 반박하고 양자이론을 입증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10차원의 세계가 존재?
몇몇 천체물리학자 및 우주학자들은 최근에 끈 이론(string theory)과 다중우주(multiverse)라는 훨씬 더 곤혹스러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끈 이론은 아원자 입자의 무리에 질서를 부여하기 위해서 고안된 이론이다. 끈 이론은 우리가 4차원 시공간(한때는 매우 반직관적인 개념이었으나 이제는 확고하게 입증된)이 아니라 더 많은 차원(최근 집계로는 10차원 또는 11차원)으로 이루어진 우주에 살고 있다고 가정한다. 그러나 평범한 인간인 우리는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거나 차원을 통과할 수 없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 이들 차원의 대부분을 알아챌 수 없다고 한다. 이에 대한 비유로는 평지에서 살고 있으며 더 높은 차원(3차원)을 감지할 능력이 없는 2차원 생명체가 흔히 거론된다. 공간적 차원이 10차원 또는 그 이상일 때는 아원자 입자들을 점 같은 존재가 아니라 여러 가지 모드로 진동하는 끈으로 상상함으로써 관측된 다양한 입자들을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아이디어를 입증 또는 반증할 수 있는 시험 가능한 예측은 아직 아무것도 제시되지 않는다.
다중우주 이론은 검증 가능한가?
다중우주 이론은 초다중 차원 이론보다 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것 같다. 끈 이론은 검증 가능한 예측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그런 예측이 근복적으로 불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반면에 다중우주의 개념은 원리적으로도 검증이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중우주가 모두 동일한 것은 아니다. 다중우주 중에는 비록 검증은 불가능할지라도 과학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우주도 있다. 우리는 138억 년 전에 일어난 빅뱅(big bang)을 주의 기원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 우주의 일부가 이미 138억 광년 밖으로 멀어졌다면 광속의 한계 때문에 이런 영역은 우리와 영구적으로 분리된다. 그렇다면 처음에는 빅뱅에서 생겨난 단일 우주의 일부분이었다가 서로 영원히 분리되는 섬 우주가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원리적으로는 검증이 불가능 하지만 최소한 우리의 실재에 대한 이해와 모순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다중우주를 양자역학으로 해석?
훨씬 더 문제가 많은 다중우주 개념은 극도로 사변적인 양자역학 해석에서 나온다. 그와 같은 해석에 따르면 우주는 원래 비결정론적이라고 한다. 아원자 입자의 특정한 성질은 측정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실체가 없고 상대적 확률만이 존재한다. 양자이론의 해석 중에는 측정이 이루어지는 순간에 비결정성이 붕괴되고 스핀이 업 또는 다운으로 결정된다는 해석이 있다.
그러나 또 다른 해석은 양자적 붕괴에 따라 단순히 두 경로 중하나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붕괴가 일어나는 순간에 우주가 실제로 분기(bifurcate)하며 원래의 우주가 쪼개져서 다른 우주들과 영원히 분리되는 두 개의 우주가 생기고 각각에서 하나씩 두 가지 경로가 동시에 결정된다는 것이다. 우리 우주 한구석에서 행해진 단순한 아원자물리학 실험이 우주를 두 개의 실체로 분리하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는 상상은 경외심까지 불러일으킨다.
어쩌면 우리는 양자역학 이론의 물리적 실재를 영원히 이해하지 못한 채로 수학적 정확성과 유용성만을 받아들이는 단계에 머물러야 할지도 모른다. 모든 해석이 영원히 반직관적이고 역설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재의 한 측면을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이 흥미롭기는 해도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인 또 다른 측면을 정당화 하지는 않는다. 인간 정신의 경이는 우리가 모든 실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데 있지 않고 단지 한 가지라도 이해할 수 있다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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