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만물은 원자로 되어있다. 원자만 알면 세상 모든 걸 알게 될까? 원자들의 이름이 나열된 주기율표를 들여다보라. 거기서 세상이 보이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천재거나 혹은 미친 거다. 주기율표는 원자들을 원자번호 순서로 나열한 도표다. 물론 세상 만물은 주기율표의 원자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모이는지 알지 못하면 만물을 이해할 수 없다. 더욱이 그렇게 모인 원자들의 집단이 어떤 특성을 가질지도 알아야 한다. 

 

 

폭탄과 독이 결합하면 폭탄?

예를 들어 나트륨(Na)과 염소(Cl)가 정육면체 모양의 3차원 격자구조에 번갈아 놓이면 '소금'이라 불리는 물질이 된다. 나트륨은 폭발성을 가진 금속이다. 염소는 반응성 강한 기체로 인간에게는 독이다. 폭탄과 독이 만나 소금이 되는 것이니 개별 원자로부터 결합물의 성질을 예측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을 알 수 있다. 원자에서 물질로 갈 때 일종의 양질 전환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고 보면 된다.

 

인슐린을 만드는 방법

원자들이 모인 것을 분자라 한다. 산소원자(O) 두 개로 이루어진 산소분자(O2)가 있는가 하면 788개의 원자들이 결합한 인슐린도 있다. 이런 분자들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만물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원자들이 결합하여 분자 혹은 물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은 이들 사이에 힘이 작용한다는 뜻이다. 우주에 존재하는 힘은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 네 가지뿐이다. 원자 규모에서 중력은 너무 약하므로 무시할 수 있다. 결국 원자들이 주고받을 수 있는 힘은 전자기력뿐이다.

 

원자 결합의 주인공은 전자

 전자기력은 전하들 사이에 주고받는 힘이다. 전하에서 두 종류가 있다. 양전하와 음전하. 원자의 경우 중심에 있는 원자핵이 양전하를 가지고 전자는 음전하를 가진다. 원자들이 서로 만나서 결합하고 반응할 때 원자핵은 깊숙이 있어 거의 관여하지 않는다. 따라서 원자 결합의 주인공은 전자다.

 

 

이온 결합

원자들을 하나로 결합시키는 간단한 방법은 원자 하나가 양전하를 띄게 하고 다른 하나가 음전하를 띄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들 사이에 전기적 인력이 작용할 것이다. 원자는 그 자체로 중성이므로 전하를 띄게 하려면 전자를 넣거나 빼는 방법밖에 없다. 이런 방법으로 전하를 띄게 된 원자를 '이온'이라 부른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여기서 원자핵은 이용할 수 없다. 소금을 생각해보면 나트륨에서 전자를 빼서 양이온을 만들고 염소를 전자를 더해서 음이온을 만든다. 물론 나트륨의 전자를 빼서 멀리 버리고 어디에선가 전자를 가져와서 염소에 넣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이제 나트륨 이온과 염소이온 사이에 서로 당기는 힘이 작용하게 된다. 이것을 이온 결합이라 한다.

 

이온 결합에서 중요한 것은 두 원자 가운데 하나의 전자를 떼어내기 쉽고 다른 하나는 전자를 받아들이기 쉬워야 한다는 점이다. 소금의 경우 나트륨은 전자를 떼어내가 쉽고 염소는 전자를 받기 쉽다. 전자를 떼어내기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것은 이온화 에너지로 표현된다. 원자에 멀쩡히 붙어 있던 전자를 떼어내기 위해 외부에서 주어야 하는 에너지다. 예를 들어 염소의 이온화 에너지는 나트륨보다 3배가량 크다. 염소보다 나트륨의 전자를 떼어내기 더 쉽다는 뜻이다.

 

 

나트륨 이온은 짜다?

 사람의 혀는 나트륨 이온이 닿으면 짜다고 느낀다. 맛을 느끼는 과정은 복잡하지만 혀가 감지하는 것은 원자가 아니라 전하다. 나트륨 이온과 똑같은 전하량을 가지는 리튬(Li)이온이나 칼륨(Ka)이온 모두 짠맛이 나는 이유다. 물론 같은 전하량을 가지더라도 루비듐(Rh)이나 세슘(Cs)처럼 이온의 크기가 너무 커지면 다른 종류의 짠맛을 느끼게 된다. 나트륨이온과 칼륨이온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하다. 눈으로 얻은 시각정보가 뇌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몸에서 정보는 전기신호로 전달되는데 정확히 말해서 나트륨이온과 칼륨이온이 세포막을 이동하며 만드는 전류신호다. 이런 이온들이 없으면 신호가 멈출 것이고 우리는 바로 죽을 것이다. 숨을 쉬려고 해도 신호가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는 짠맛에서 행복을 느끼고 쉽게 중독된다.

 

베릴륨(Be)은 달다?

 리튬보다 원자번호가 하나 큰 베릴륨(Be)은 단맛이 난다. 원래 단맛은 당류 분자가 일으켜야 한다. 당은 몸의 중요한 에너지원 이기 때문에 먹으면 기쁨을 느껴야 생존에 유리하다. 실제 아이들은 단것이라면 환장한다. 그런데 베릴륨은 당과 전혀 상관없는데 많이 먹으면 해롭기까지 하다. 우리 미각세포가 베릴륨에 속아 넘어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류 진화의 여정에서 베릴륨을 번 적이 없기 때문이다. 베릴륨은 18세기 말에 가서야 분리 정제되었으니 이것을 구분할 능력을 진화시키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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